첫 번째로 짚어야 할 것은 디지털 피로가 화면 그 자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눈의 피로, 집중력 저하, 두통의 원인을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사용 시간에서만 찾지만, 실제로는 그 기기를 둘러싼 공간 구조가 피로를 증폭시키는 경우가 훨씬 많다. 화면을 바라보는 각도, 주변 물체의 배치, 시야에 들어오는 정보의 양은 모두 뇌가 처리해야 할 자극으로 작용한다. 즉, 같은 화면을 보더라도 어떤 공간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피로의 속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디지털 피로를 줄이기 위한 출발점은 사용 시간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선과 몸이 머무는 공간의 구조를 다시 배열하는 데 있다.
공간 재배치의 핵심은 시각적 탈출구를 만드는 것이다. 화면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는 뇌가 지속적으로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반면, 고개를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시선이 멈출 수 있는 빈 공간이나 단순한 면이 존재하면 뇌는 짧은 휴지기를 얻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장식이 아니다. 많은 정보가 담긴 사진이나 물건은 오히려 또 다른 자극이 된다. 디지털 피로를 줄이는 공간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여백’이 기능을 한다. 이 여백은 휴식을 강요하지 않지만, 시선이 잠시 머물 수 있는 안전지대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는 몸의 움직임 동선이다. 디지털 기기는 대부분 고정된 자세를 요구한다. 문제는 그 자세가 장시간 유지될 때 발생한다. 공간 재배치를 통해 의도적으로 작은 움직임을 유도하면, 디지털 피로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예를 들어,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화면에서 약간 떨어진 위치에 두는 것만으로도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몸을 틀거나 시선을 이동하게 된다. 이런 미세한 움직임은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뇌가 한 가지 자극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을 막아준다. 휴식을 따로 계획하지 않아도 공간이 스스로 회복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전략은 디지털 기기 간의 시각적 충돌을 줄이는 것이다.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이 한 시야 안에 동시에 들어오는 환경에서는 뇌가 끊임없이 전환 준비 상태에 놓인다. 이는 실제 전환이 일어나지 않아도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따라서 공간 재배치에서는 동시에 보이지 않아도 되는 기기들을 시야에서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랍 안, 옆면, 혹은 뒤쪽으로 위치를 옮기는 것만으로도 뇌는 훨씬 단순한 환경을 인식하게 된다. 단순해진 환경은 곧 인지 부담의 감소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피로를 줄이는 공간은 완벽하게 정리된 공간과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너무 인위적으로 정돈된 공간은 오히려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통제감이다. 사용자가 공간을 조절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디지털 자극에 대한 피로도 함께 낮아진다. 책상의 위치를 조금 바꾸거나, 화면 방향을 조정하거나, 앉는 위치를 바꾸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사람은 환경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 인식이 쌓일수록 디지털 피로는 단순한 신체 반응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상태로 바뀐다. 공간 재배치는 결국 디지털 환경 속에서 주도권을 다시 인간에게 돌려주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